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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정신

이계절의시인189대목에서는 소녀의 이미지, 혹은 절정에 달한 청춘의 시기가 환기되기도 한다. 그러고는 참고표를 기준으로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의미의 전환을 시도한다. “목련 이울어 / 땅에 누운 꽃잎”은 노년의 자아를 표상한다. 왜 하필 목련일까.

출처: 이북나라 전자책 『시와 정신』 10쪽 · 33쪽 · 56쪽 · 132쪽 · 191쪽 · 248쪽

전체 252쪽 · 온라인 플립북

본문에서 살펴볼 내용

본문 10쪽

시와정신8 허공의 벼랑을 타고 날아간 새를 보고 시를 썼던 적이 있다. 여름이 지나갈 즈음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몇 줄기 다년간 후 내 연구실 창밖의 허공은 한결 팽팽하고도 투명해졌다. 어느 사이엔가 창밖의 미루나무에서 울던 매미들이 다 떠나고 나뭇잎들은 고집하던 초록을 벗어 내려놓고 잠시 저만치 사라져간 지난 계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는 한결 희끗희끗하게 허공이 스미어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허공도 깊어진 사색의 빛을 띠면서 스스로 더 깊이 고여 있었다.그렇게. 지난 시간동안 연구실 창밖의 나무들에서는 매미가 몹시도 모지락스럽게 울었다. 나뭇잎들은 또한 태양의 강렬한 화살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견디기에만도 여념이 없었다. 창밖으로 올려다보면 숨 가쁜 허공이 찐득한 열기를 머금고 가득히 차 있었다. 그것은 어떤 카오스와도 같은 것처럼 다가왔다. 그 아래서 나는 연구실 공간에 나를 가두고 여름 내내 시와 싸우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는 쉽게 찾아와 주지를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 머리말 | 시와정신 통권 83호를 내며

출처: 이 전자책 10쪽

본문 33쪽

우리시대의시정신3130대의 사장님에게 잘 보이려는 아부와 아첨이 아니라, 70대의 인턴이 보여주는 순수하면서 건강한 자의식을 보여준다. 그러므로“참혹한 밤에 찬물로 빨래를 하는 사람” 혹은“토마토 씨앗을 뿌리는 사람”에 순치할 수 있는 것이다. 억압과 단절, 고통과 공포의 의미를 나타내는“참혹한 밤”과 질곡과 인내, 희생과 고통의 의미를 나타내는‘토마토(의 씨앗)’는‘하양’의 순수하고 고결한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이는 긴 세월, 질곡의 시간에서 추출한“70세의 벤”이 함양하고 있는 고결한 삶의 자세를 나타내주는 것이다.B에서는‘두부’가‘하양’의 이미지로서 제시된다.‘두부’는“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한 것을 축하해주려는” 것처럼, 별안간의‘행운’을 의미한다. 이것은 질병과 통증의 시간을 버틴 자에게 주어진, 고결한 선물인 셈이다.“얼마나 소중한 두부인가”,“얼마나 소중한 심장인가” 스스로 되묻는 모습은, 시적 화자의 순수함마저 보여준다.“새들이 노래하고”,“죄인들조차 다 석방되어 감옥이 텅텅 빌 것 같”다고 말하는 화자는, 삶에서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깨달은 모습처럼 보인다. 이것은 또,‘두부’를“찬란하게 드물고 귀한 날”의 상징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출처: 이 전자책 33쪽

본문 56쪽

시와정신54푸른 도화선 속에 꽃을 몰아가는 힘- 시와 함께 한 나날들 노고지리는 무엇을 노래하나나는 대전교도소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집에서 십여 년을 살았었다. 우리 집과 교도소 사이에는 넓은 밭이 있었고, 거기에 보리와 콩이 교대로 심어져 자라곤 했다. 그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 눈에 명찰이 달린 푸른 옷을 입은 죄수들이 사역을 나와 밭에서 일하는 것이 자주 보였고, 경찰관 비슷한 정복 차림의 교도관들이 경작지 가장자리에 드문드문 서서 감시하고 있었다. 때로는 죄수 중에 눈치 빠른 사람은 지나가던 동네 주민에게 몰래 접근해 자신이 가지고 나온 수건과 담배를 맞교환하는 일도 있다고 어떤 누군가 내게 얘기해 주기도 하였다. 들은 바에 따르면, 거기 사역 나온 죄수들은 대부분 출감이 얼마 남지 않은 모범수들이라 사고는 거의 없었지만, 언젠가는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어른들 사이에서 나온 얘기로, 애인이 바람났다고 발끈한 죄수 하나가 도망치다가 잡혔다는 것이었다. 밤에는 교도소 망루에서 뻗쳐나온 서치라이트 불빛이 교도소 안팎을 빙빙 돌며 우리 동네 언덕 가장 높은 교회당 십자가우리 시대의 시정신 _ 74

출처: 이 전자책 56쪽

본문 132쪽

시 와 정 신132 카스토르 외 1편 _ 김 안 그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설 같군, 소설 같은 얼굴이야. 그는 고기 위로 칼을 올렸다. 서너 번의 칼질 끝에 질긴 고기를 잘라내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와 나 사이에는 맑고 차가운 물 이 담겨진 컵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순간 물의 표면이 가볍게 흔들렸다. 유리잔 너머로 그의 눈빛이 친근하게 번쩍였다. 유전이라는 것은 다리가 없는 진리 같아. 봐, 얼마나 손쉬운 서사인지. 그는 자신의 의치를 뽑아 물 컵 속에 넣었다. 맑고 차가운 물에 천천히, 다리 없는 핏물이 번졌다. 나 는 조심스레 식사를 더 하지 그러냐고 물었다. 그는 의치가 든 물컵을 휘 휘 돌렸다. 물은 붉어지고, 뜨거워지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억이 가 지고 있는 근력이란 참으로 무섭지. 녹음되어 있는 비명처럼 소리가 들려 왔다. 말의 입장이라는 것이 모조리 아름답고 선한 것들에만 귀속되어 있 지는 않겠지만, 나는 생각해보면 경이로울 정도로 착한 과거를 지니고 있 다고 말할 수 있었지, 단 한 차례 실수를 제외하고 말이야.

출처: 이 전자책 132쪽

본문 191쪽

이계절의시인189대목에서는 소녀의 이미지, 혹은 절정에 달한 청춘의 시기가 환기되기도 한다. 그러고는 참고표를 기준으로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의미의 전환을 시도한다. “목련 이울어 / 땅에 누운 꽃잎”은 노년의 자아를 표상한다. 왜 하필 목련일까. 목련은 매우 일찍 피는 꽃이고 그러면서 또 일찍 지는 꽃이기도 하다. 벚꽃류의 꽃은 지는 모습도 장관이지만 목련은 지고 나면 참 처연하다. 이를 두고 어느 작가는 겪어야 할 고통을 다 겪어내고 마지막을 맞는 것으로 묘파한 바 있다. “땅에 누운 꽃잎”은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할 것이고 또 언젠가는 소멸할 것이다. 시인은“그 하이양을 밤새도록 봄비가 적시고 있었다”고 적고 있다. 늙음, 소멸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소멸에 이르기 전까지 자아 고양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시인의 삶에 대한 태도가 묵직한 감동을 준다. 인위적인 것들을 부단히 지우고 비워서 자연에 가까워지려는 의지 또한 그러한 노력 중 하나일 터다. 그것이 직정적이고 직설적인 시를 창작하게 한 근본 동기일지도 모른다. 목련의 꽃말은‘숭고한 정신’,‘고귀함’,‘우애’,‘자연애’ 등이다.

출처: 이 전자책 191쪽

본문 248쪽

펴낸날 _2023년 3월 1일 편집위원 _송기한, 김홍진, 이은하, 곽명숙 시와정신회 회장 _노금선 편집 _고명자, 김소원, 김지숙, 성은주, 이정희, 정우석 홍보 · 기획 _ 구지혜, 김나원, 박광영, 박종영, 오영미, 원양희 펴낸곳_시와정신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전로1019번길 28-7 신창회관 2층 (우 34445) 홈페이지 | siwajeongsin.com 등록번호 _대전 바01053 등록일자 _2005년 10월 13일 (창간 2002. 9.1) 공급처 _(주)북센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77(문발동) (10881) 홈페이지 | www.booxen.com 값 10,000원 ISSN 1599 - 6492 *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도서잡지윤리강령 및 잡지윤리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시와 정신 계간지 제22권 제1호 2023 봄호 통권83 * 이 사업은 대전광역시, (재)대전문화재단에서 사업비 일부를 지원받았습니다.

출처: 이 전자책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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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북나라 전자책 『시와 정신』 10쪽 · 33쪽 · 56쪽 · 132쪽 · 191쪽 · 248쪽. 원문에 없는 주제·저자·발행일은 넣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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