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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당나귀는 이제 이마에 제각각 다른 번호판을 단 관광 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다 보면 밤하늘에 콩콩 박힌 별들
용 택시로 변신하면서 미하스의 명물이 되었다. 이 어설픈 취객을 유혹하며 한잔 더하라 붙들어놓는다.
미하스의 명소를 굳이 꼽자면 ‘바위 성모 은둔지(Ermita 그렇게 홀려 기분 좋게, 느슨하게 나를 풀어놓는 밤이다.
de la Virgen de la Pena)’라 불리는 성당이다. 사실 성당 걸음마다 쉼표를 찍게 했던 하얀 마을은 까만 밤에도 이
이라고 하기엔 좀 작고 투박한 바위굴이다. 그 안엔 수 렇게 한 박자 쉬어가게 만든다.
백 년간 숨겨져 있다 16세기 중반에 발견된 바위 성모상
이 들어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두 명의 양치기 소년 낭만 가득한 절벽 마을 론다
이 종탑에 앉은 비둘기의 이끌림에 의해 이 성모상을 발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 안달
견했단다. 이슬람 지배 시기 내내 은밀하게 숨어 있다 모 루시아 남부 소도시인 론다(Ronda)를 두고 헤밍웨이가
습을 드러낸 이 성모상을 기려 성당을 만들었다는 이야 한 말이다. 해안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이 마을은 지대
기다. 다소 황당한 전설이지만 어쨌든 이 독특한 성모 가 높으니만큼(해발 750m) 들어서는 길도 만만치 않다.
상은 마을의 수호 성녀가 되어 많은 이들이 소원을 빌기 그럼에도 꼬불꼬불 산길을 마다하지 않고 수많은 여행
01 위해 찾아온다. 그 성당 앞마당은 그 자체가 하나의 전 자가 이곳으로 오는 건 아찔한 절벽 파노라마가 펼쳐놓
망대로 아랫마을 푸엔히롤라 너머 태양의 해변이 눈앞 은 독특한 풍경 때문이다. 그 절벽 위에 길게 이어진 산책
에 아득하게 펼쳐진다. 로엔 뜬금없이 ‘헤밍웨이 산책로’란 이름이 붙여졌다. 스
지중해를 품은 하얀 마을 미하스 02
눈부신 햇살이 사그라지고 골목마다 노르스름한 빛의 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헤밍웨이가 이곳에 머물며 그 경
안달루시아 남부 해안은 스페인 여행의 꽃으로 칭송받
가로등이 하나둘 피어나면 마을은 낮보다 더 활기차다. 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는 곳이다. ‘태양의 해변’이란 의미인 ‘코스타 델 솔(Costa
한낮의 더위를 피해 집 안에 꼭꼭 숨어 있다 쏟아져 나온 쓰면서 틈틈이 산책하던 길이기 때문이다. 산책로엔 더
del Sol)’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고향인 말라가
주민들 덕에 골목 카페들은 시끌벅적하다. 그 틈에서 시 이상 발을 내밀 수 없는 허공으로 툭 튀어 나간 전망대도
에서 지브롤터 해협까지 지중해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이 해변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휴양지 중 하나다.
그 해안을 살짝 벗어난 미하스(Mijas)는 하얀 마을이다. 03
하얀 성당, 하얀 카페, 하얀 상점, 하얀 집…. 해발 400m
를 넘나드는 산자락에 빼곡하게 들어앉은 모든 건물이
1. 미하스의 명소, 바위 성모 은둔지 성당
하얗고 또 하얗다. 1년 내내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흰
2. 이마에 번호판을 달고 관광용 택시로 변신한 당나귀
빛으로 튕겨내 조금이나마 더위를 덜어내고자 했던 생 3. 마을과 마을을 이은 누에보 다리
활의 지혜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마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미하스를 두고 사람들은 일명
‘스페인의 산토리니’라 부른다. 생소한 거리를 걸을 때 소소한 볼거리가 많으면 보행자
지중해를 품은 이 하얀 마을은 이렇다 할 명소는 없지 는 즐겁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 정도로 작은 마을은 급
만 사실 마을 자체가 명소다. 획일적인 우리네 아파트단 할 게 뭐 있느냐는 듯 곳곳에서 발길을 붙잡는다. 걸음걸
지와 달리 산비탈에 요리조리 파고든 건물들엔 제각각 음마다 쉼표를 찍게 하는 길이다. 그 뜻에 맞춰 한껏 늘
의 멋이 스며 있다. 그 안에 제멋대로 뻗어 나간 골목길은 어진 걸음으로 골목을 누비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 한
눈길 닿는 곳 모두가 예쁘다. 색색의 꽃으로 장식된 하얀 잔 마시는 마음은 한결 느긋하다.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집집마다 콕콕 박힌 독특한 타 걷는 골목도 좋지만 ‘당나귀 택시’를 타고 좀 더 편안하게
일 문패, 아기자기한 기념품점, 앙증맞은 투우장 등 마을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것도 미하스가 안겨주는 추억
전체가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거리다. 수십 년 전, 이 산마을 사람들의 출퇴근 수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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