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현대모비스2019-07-08-최종-저해상
P. 10

생활   속   과학




       Another life





                     매 순간 ‘깜빡깜빡’

                     혹시 나도
                     디지털 치매?




                     방금 들은 전화번호를 통화가 끝나
                     기 무섭게 잊어버린다. 기억하고 있
                     던 가족들 전화번호가 어느 날 갑자
       글.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기 떠오르지 않는다. 초등학교 저학
                     년 수준의 단순 덧셈 · 뺄셈을 할 때
                     도 계산기를 찾는다. 혹시 이런 경험
                     을 하고 있다면, 당신도 디지털 치매
                     는 아닐까? 의심해봐야 한다.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할 땐 기억 능력 위협                따라서 디지털 치매가 노인성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                                          니다. 기억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집중력’의 문제라             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되살려낼 수 있으니 자연히 뇌
              디지털 치매는 한마디로 ‘IT 건망증’이다. 컴퓨터 · 휴대폰         니다. 주로 10~30대 젊은이들에게 증세가 심하다.                                          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속의 내용을 꺼내는 인출 연습을 게을리하게 된다. 그런
              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              보통 디지털 기기는 버튼 하나로 우리의 기억력과 사고                                          인간의 뇌는 하나의 원칙을 따른다. 생존에 꼭 필요한 것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면 직접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상
              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데다, 과다한 정보 습득으로            능력을 대신해준다. 그 결과 ‘기억하려는 노력과 습관’을                                        부터 우선 기억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디지털 기             황이 닥쳐도 인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기억은 반복
              각종 건망증 증세가 심해진 상태를 말한다. 내비게이션              필요 없게 만든다. 이렇게 전자 기기에만 의존하다 보면,                                        기에 담을 수 있는 정보는 ‘기억할 필요가 적은 정보’로            적인 훈련이 필요한 뇌 운동이기 때문이다.
              하나면 지도나 표지판을 보지 않아도 길을 찾아갈 수 있             머리를 쓰는 노동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못하는 사                                       인식되어 집중을 덜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프랑스 철학자 미셸 세르 등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으니 지도를 읽는 법도 모르고, 가사 자막 없이 부를 줄            람’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치매를 정보화 사회의 일시적 건망증이 아니라 진화 과
              아는 노래가 거의 없을 정도에까지 이르게 된 현상에서              사람의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주로 담당한다.                                        ‘인출 연습’ 게을리하는 것도 문제                        정의 한 단면으로 보기도 한다. 이를테면 인류가 직립원
              생긴 신조어다.                                   해마는 쓰면 쓸수록 뇌세포가 증가한다. 그런데 기억력                                          또 전문가들은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의 부족을   인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손을 사용하게 되어 먹이나
              ‘디지털 치매’는 질병이 아닌 사회적 현상이 낳은 증상으            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마가 위축되어 기억 용량이 줄어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인출이란 머릿속에 저장된 내용               물건을 무는 입의 기능이 퇴화했지만 대신 말하는 기능
              로 분류된다. 의학적으로 기억력 저장 창고인 뇌 신경세             든다. 물론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진다고 해                                         을 탐색하고 재구성해서 끄집어내는 과정을 가리킨다.               을 얻은 것처럼, 어떤 것의 진화 과정에서는 잃은 능력이
              포 뉴런 등이 파괴되어 생기는 ‘노인성 치매’와는 다르다.           서 기억력이나 뇌의 기능 자체가 아예 퇴보하는 것은 아                                         하지만 요즘은 디지털 기기에 많은 정보를 담아두고 있              있으면 동시에 얻는 능력도 있기 때문에 디지털 치매를


                                                   18                                                                                                                19
   5   6   7   8   9   10   11   12   13   1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