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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시간
화가들의 밤은 ‘밤이 선생이다.’ 다리며 설레는 마음에 남긴 작품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볼 때마
황현산 작가의 산문집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을 나는 꽤 오랫동안 믿고 있다. 밤에 우 다 하늘에서 북두칠성을 찾기 바쁘다. 수면 위로 비친 별빛의
Another cultur e
우리의 낮보다 리는 모두 변한다. 무거운 고민이 해결되기도 하고, 가슴 아픈 사연이 잊히기도 하며, 물결이 어쩜 이리도 강할까? 고흐는 자신이 선택한 것만 더 강
아름답다 지끈거리던 문제도 밤을 통과하면 단순해질 때가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밤이 꼭 지나 조되게 보이는 눈을 가진 듯하다. 무더운 밤, 집 근처 한강에 나
가야 하는 관문이다. 그 관문을 지나야 성장하고 다시 기회가 찾아오며, 다시 새 삶을
갈 때마다 나는 고흐의 이 여름밤을 상상한다. 그러면 세상 모
시작한다. 모두가 지나가는 이 밤을 붙잡고 그린 화가는 누가 있을까?
든 강에 고흐와 함께 있는 기분이다.
고흐는 약 15개월 동안 아를에서 200여 점이 넘는 많은 작품을
아를의 여름밤을 그리다
남겼다. 미술사학자들은 이 시기를 고흐의 ‘아를(Alres) 시기’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도 고흐가 아닐까. 빈 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고 부른다. 아를은 고흐에게 꿈의 장소이자, 가장 아름다운 창
1853~1890)는 1888년 화상이었던 동생 테오의 도움을 받아 파리에서 남부 아를의
작의 장소였다. 고흐는 아를의 포룸 광장(Place du Forum)에 있
‘노란 집’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는 이곳에서 방 4개를 빌려 고갱을 초대하며 ‘화가 공
는 이 카페를 참 좋아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는 고흐를 인
동체’를 열망했다. 1888년 여름에 그린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가 고갱을 기
정해주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친구가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그
를 인정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인 것이다. 고흐는 노랑과 짙은
파랑, 이 두 가지 보색을 활용해 표현했다. 두 색이 지니는 대비
빈 센트 반 고흐 |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 1888 | 캔버스에 유화 | 72x92cm | 오르세 미술관
덕분인지 밤의 카페지만 낮보다 더 활기 있고 에너지가 넘쳐흐
른다. 그러나 아를에서의 행복은 짧았다. 성격 차이로 인한 고
갱과의 갈등으로 극도로 예민해진 고흐는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끔찍한 일을 저지 빈 센트 반 고흐 | 아를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1888 | 캔버스에 유화 | 80.7x65.3 cm
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갱에게도 이 사건은 큰 상처로 남는다. 고갱이 아를을 떠나 크뢸러뮐러 미술관
글.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 <그림은 위로다> 저자)
자 고흐는 아를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아를에서 그린 여름밤 풍경화로 우리는
열정적이었던 신인 화가 반 고흐를 만난다. 명성과 인정이 아득히 멀리 있는 별처럼
“푸른 밤, 카페 테라스의 커다란
느껴져도, 고흐는 가난과 질병을 견디며 묵묵히 그 별을 따라 뜨겁게 걸었다. 아를에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
서의 밤은 고흐에게 제일 좋은 선생이었다.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매우 놀라게 하지.
긴장감이 감도는 밤을 그리다 창백하리만치 옅은 하얀 빛은
존 앳킨스 그림쇼(John Atkinson Grimshaw, 1836~1893)가 그린 밤은 고흐가 표현한 그저 그런 밤 풍경을 제거해
밤과 사뭇 다르다.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긴장되는 여름밤 같다. 영국이 낳은 밤을 그 버리는 유일한 방법이지. (…)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린 도시 풍경화의 대가다.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리즈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림쇼는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다. 나처럼 제대
초록색만을 사용했어. 그리고
로 된 미술 교육을 받고 미대에 입학한 사람이 듣기엔 배 아픈 소리지만 밤의 색채를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그만큼 깊이 있게 표현하는 화가는 드물다. 그가 처음으로 택한 직업은 철도회사 직 밝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원이었다. 그림쇼는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어머니의 뜻대로 아버지가 다니던 회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사에 입사한다. 그는 회사를 다니며 틈틈이 화랑들의 그림을 구경하며 안목을 쌓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다. 하지만 마음속에 생긴 화가의 꿈은 쉬이 작아지지 않았다. -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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