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현대모비스2019-07-08-최종-저해상
P. 13
들도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 모든 것이 그에게 엄청난 좌절을 안겨주었다. 소설의 주인공 또한
수많은 어려움을 그림에 대한 애정으로 견디는 힘든 생활이 반복된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은 너
무도 매력적이다. 무엇을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유로운 삶을 보여주었기 때
문이다. 위험을 무릅쓴 그들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유!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던 행복한 삶이 아니던가.
‘달과 왜 하필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이 붙여졌을까? 달이나 6펜스에 대한 이야기는 책 속에 한 번도
6펜스 ’ 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 제목이 붙여진 것은 달과 6펜스가 상징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
세계 다. 달과 6펜스 모두 둥글고 빛난다. 모양이 비슷하고 빛난다는 점에서 같지만 둘이 뜻하는 것
은 전혀 다르다.
6펜스는 동전이다. 한마디로 돈이다. 돈은 현실에서 필수적이다. 직장인이 출근하는 이유 중 하
나인 돈 때문이고, 새로운 일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6펜스는 경
제적 관념이 중요시되는 현실을 의미한다. 반면 달은 낭만적인 세계다. 영혼과 예술과 삶의 의미
를 담고 있다. 찰스 스트릭랜드와 폴 고갱은 6펜스의 세계에 지쳐 달의 세계로 뛰어든 인물들이
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달의 세계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예술혼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
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
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6펜스의 세계에 살면서 항상 달의 세계를 꿈꾸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달과 6펜스>라는 책
이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이 동경하는 세계, 한 번쯤 꿈꾸는 일탈의 삶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렇다고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책 속의 삶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만큼 힘겹기 때문이다. 달의 세계에 뛰어든다고 해도 그곳에 자유 은 현실,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달의 세계에 뛰어든다고 해도 그 세계는 곧 6펜스의 세계로
와 행복만 있지 않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픔과 고통이 없는 세계는 인간에게 불가능하다. 변해버린다. 폴 고갱이 꿈꾸던 화가로서의 삶도 그림을 팔지 못하면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없는
6펜스와 다르지 않았다. 달의 세계는 환상이었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이 균형이다. 일상과 환상, 일과 여가의 균형. 지나치게 일에 집착하면 삶
여가는 일을 인간은 대립되는 개념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낮과 밤, 남과 여, 기쁨과 슬픔 등 상반되는 것은 다 이 메마르기 쉽다. 삶이 메마르면 여유를 잃게 되고 상상력이나 창의성을 상실해서 재미없는 사
위한 창조적 른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달과 6펜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달의 세계만 존재할 수 없 람이 되고 만다. 당연히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 현대사회는 노동시간이 생산성과 직결되지 않기
에너지 고 6펜스의 세계만 있을 수도 없다. 6펜스의 힘겨움이 있기에 달의 세계를 동경하고, 달의 세계 때문에 이런 방식은 더 위험할 수 있다.
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6펜스의 세계가 소중하다. 고달픈 일상은 환상적인 삶을 꿈꾸게 일과 일상에 매몰되기보다는 여가 혹은 환상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여
하지만 환상적인 삶이란 애초에 없다. 고단한 일상이 만들어낸 것이 환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 가를 즐기고 현실의 힘겨움을 중화시킬 낭만적 경험을 가질 때 일상을 치고 나갈 힘이 생긴다.
24 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