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현대모비스2019-07-08-최종-저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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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시간




              세상과 나를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 속 주인공 빨간 머리 앤은 늘 창문을 열고 하늘을 향해                                    앙리 마티스가 사랑한 창문
                                              말한다. “어떤 아침이든 아침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멋진 것 아닌가요?”                                       창문을 많이 그린 화가 중에서는 야수파를
       Another cultur e
              연결해주는 통로                        앤에게 창문은 바깥세상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이며, 긍정적인 하루                                      대표하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
              ‘창문’                            를 다짐하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앤은 아침에 일어나서 한참을 창문에 두 팔을                                     ~1954)도 빼놓을 수 없다.
                                              괴고 풍경을 바라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창문이 없는 지하 사무실의 공
                                                                                                                             “내 평생 가장 괴로웠던 것은 난 다른 화가들
                                              간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한 적이 있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없으면 그리운
                                                                                                                             처럼 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것 중 하나가 창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들과 함께 가짜 창문을 그렸다.
                                                                                                                             앙리 마티스의 말이다. 그가 스스로를 평가했
                                              그렇게 오랫동안 창문이 없는 곳에 있다가 드디어 창문이 있는 2층의 공간으
                                              로 이사 갔던 날, 너무 좋아서 매일 창문을 열어놓고 일했던 기억이 난다.                                      듯이 마티스는 늘 도전하는 화가였다. 자신이
                                                                                                                             파란색을 칠했다고 해서 바다가 아니고, 초록
                                                                                                                             색을 칠했다고 풀이 아니라고 말했던 마티스
                                                                                                                             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색에 대한 고정관념
                                                                                                                             을 탈피하며 동료들과 함께 야수파 화가로 미
              폴 고갱의 숨겨진 창문을 찾아서
                                                                                                                             술사에 남았다. 그가 그린 초상화는 지금 봐도
              화가들이 그린 그림 중 창문을 그린 그림
                                                                                                                             놀라울 정도로 한 사람의 얼굴이 다양한 내
              을 찾는 일은 비교적 간단하다. 컴퓨터 검
                                                                                                                             면의 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림1)  또한 그는 그
              색창에 ‘Window’ 또는 ‘Painting’이라는 단
                                                                                                                             림에 다양한 문양을 넣어 장식성과의 조화를
              어만 쳐도 상당히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
                                                                                                                             추구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가끔 어디
              그림은 수많은 화가가 그린 창문 그림 중
                                                                                                                             서부터 어디까지가 실내이고 야외인지 구분
              가장 독특하다. 캔버스의 앞이 아닌 뒷면                                                                                                                            (그림1)  앙리 마티스 | 모자를 쓴 여인 | 1905 | 캔버스에 유채
                                                                                                                             이 가지 않는다. (그림2)  마지막으로 마티스가 가
              에 비밀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반 고
       글.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 <그림은 위로다> 저자)
              흐와 함께 후기인상파로 분류되는 폴 고                                                                                                                             (그림2)  앙리 마티스 | 가지가 있는 실내 | 1911 | 캔버스에 유채
              갱(Paul Gauguin, 1848~1903)이 1888년
                                                                                                                                                                                     (그림3)  앙리 마티스 | 푸른 누드 III
              에 그린 작품이다.
                                                                                                                                                                                     1952 | 종이에 과슈 콜라주
              폴 고갱은 캔버스의 앞면에는 ‘Hay-Making
              in Brittany’을 그렸고 뒷면에 바다가 보이
              는 창문 앞에 있는 꽃병을 그렸다.              폴 고갱 | 바다의 열린 창문에 있는 꽃 | 73 x 92cm | 캔버스에 유채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던 고갱은 화가의             오르세 미술관
              꿈을 안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 삼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화가의 길을 본격
              적으로 걸었다. 이런 그의 이야기에 영감          렸다. 아마도 가난했던 화가인 고갱은 그림을 그릴 캔버스가 부족했을 것이
              받은 소설가 서머셋 몸은 고갱의 이야기           다. 그래서 앞면에는 브리타니 풍경을 뒷면에는 바다 풍경이 보이는 창문을
              를 바탕으로 <달과 6펜스>라는 책을 쓰          그렸던 듯하다. 양면으로 입을 수 있는 리버서블 재킷처럼 감상자들이 2배
              기도 했다. 1886년 여름, 고갱이 프랑스        로 감상할 수 있는 일석이조 작품이 되었다.
              북서부에 위치한 브리타니 지역에서 머물           고갱이 그린 창문을 다시 보자. 바다 멀리 떠 있는 배들은 여유로워 보이고,
              던 시절 그린 그림이다. 무명 화가인 고갱         파도는 잔잔하다. 그리고 그 풍경을 볼 수 있는 창문 앞에는 화려한 꽃이 가                                                                                             앙리 마티스 | Blue Nude III
                                                                                                                                                                                     1952 | 종이에 과슈 콜라쥬
              에게는 도시보다 물가가 싼 시골에 매력           득하다. 고갱은 아마도 이런 풍경을 그리며 마음의 여유를 느꼈을 것이다.
              을 느낀 고갱은 브리타니 풍경을 자주 그          그 어떤 소란스러운 풍경도 창문 너머로 보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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