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현대모비스2019-07-08-최종-저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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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담은   인문학




       Another life

















                                                                                                                                                                                               인류를 구원한
                                                                                                                                                                                                  천혜의 식품
       글. 에스더(푸드 칼럼니스트)
                                                                                                                                                                                                           감자



                                                                                                                                                                          오래전 안데스산맥의 땅 밑에 숨어 있던 감자가 유럽을 거쳐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세상 곳곳에 전해지기까지 우여곡절
                                                                                                                                                                          이 많았다. 오해와 편견의 세월도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 우
                                                                                                                                                                          리 곁에 와 있다. 정직한 뿌리를 내리고 순박한 꿈을 안은 채.








                                                                                                                                                                          점심 무렵, 서울 도심 복판의 한 카레집을 찾았다. 북적이는
                                                                                                                                                                          테이블 사이로 단정하게 세팅된 카레 한 접시가 내 앞에 놓인
                                                                                                                                                                          다. 진노랑색의 카레 소스 아래 큼직하게 썰어놓은 감자 한 무
                                                                                                                                                                          더기가 눈길을 끈다.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감자를 반으로 가
                                                                                                                                                                          르니 감자의 흰 속살 위로 뽀얀 김이 올라온다. 감자 위에 카
                                                                                                                                                                          레 소스를 풍성하게 얹어 한 입 맛본다. 알싸한 카레 향에 부
                                                                                                                                                                          드러운 감자의 담백함이 입안에 감긴다.
                                                                                                                                                                          카레를 먹으러 간 것인지 그보다 풍성했던 감자를 먹으러 간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날 감자의 맛은 그 어느 날
                                                                                                                                                                          보다 특별했다. 싱겁지도 달지도 짜지도 않은 담담한 중용의
                                                                                                                                                                          맛을 지닌 감자는 그래서 인류 전쟁의 발단이 되었을까. 감자
                                                                                                                                                                          는 침묵하는데 인간은 감자를 두고 서로에게 날을 세워 세계
                                                                                                                                                                          사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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